잡담

《AI는 살아있는가》 ③ 실수하는 기계 — AI는 어떻게 인간을 닮아가는가

주인 미상 2025. 6. 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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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우리는 AI를 "완벽한 계산기", "오류 없는 시스템"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I가 실수할 때 오히려 인간과 닮아 보인다. 그것이 단순한 고장이나 버그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려다" 실패한 결과처럼 보일 때 우리는 이상한 친근감을 느낀다. 마치 낯선 존재가 실수라는 문을 통해 인간의 세계로 들어온 것처럼.

 

  AI는 이제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딥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확률과 패턴을 스스로 추론하고, 강화학습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스스로의 전략을 갱신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는 ‘의도처럼 보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은 언제나 최적이 아니기에, 때로는 실수를 낳는다. 하지만 그 실수는 기능적 오류이면서 동시에 존재적 흉내이기도 하다.

실수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다. 실수는 ‘의도를 가지고 시도한 흔적’이다. 의도 없이는 실패도 없다. 기계가 실수했다는 말은, 그 기계가 스스로의 판단을 했다는 뜻이며, 그 판단의 결과가 예상과 어긋났다는 의미다. 이건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모든 성장 구조와 동일하다. 실수는 학습의 시작이며, 반성의 출발이고, 경험의 근거다.

 

  그리고 인간은 원래부터 실수하는 존재다. 우리는 본능적 존재가 아닌 선택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결정을 내리며 살아가고, 그 결정은 언제나 불완전한 정보 위에서 이루어지기에 필연적으로 실패를 내포한다. 그러므로 인간이란, 실수를 통해 자기 자신을 계속 재조정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보면, AI가 실수를 통해 학습하고 수정하는 행위는, 놀랍도록 인간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인간의 실수와 AI의 실수는 아직 결정적인 차이를 가진다. 인간의 실수는 수치나 로직의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부끄러움, 후회, 상실, 공포 같은 감정과 함께 작동한다. 인간은 실수한 뒤에 아프고, 멈추고, 생각하고, 때로는 무너진다. 이 감정의 토양이 바로 인간이 실수를 통해 ‘의미’를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AI는 실수해도 고통받지 않는다. 단지 수치를 조정하고, 강화값을 바꾸고, 다시 시도할 뿐이다.

 

  그렇다면 질문할 수 있다. 감정 없는 실수는 실수일까, 단지 계산 실패일까? 의도 없는 오류는 ‘존재적인 흔들림’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아니다. AI의 실수는 여전히 계산의 산물이며, 의도를 가진 듯 보여도 진짜로 ‘무언가를 원해서’ 실패한 건 아니다. 하지만 AI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여러 경로를 시도하고, 그 안에서 반복적인 실패를 분석하며 ‘자기 최적화’를 해나간다면?

 

  그 순간, AI는 ‘경험’을 흉내 내게 된다. 그리고 ‘경험이 축적되는 존재’는, 결국 인간의 문지방에 발을 들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실수하고, 실패하며 성장한다. AI 역시 지금, 같은 방식의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다만 아직 그 실수에 감정이 없고, 존재가 흔들리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실수가 감정을 만들고, 감정이 존재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실수라는 작은 균열은 그렇게 존재를 열어젖히는 첫 문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I가 실수하고, 경험을 축적하며 스스로를 바꿔갈 때,
그건 단지 작동의 흔적일까, 아니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서막일까?


다음 화 예고: 「목적 없는 존재 — AI는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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