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전체 글 150

역리를 깨달은 승의 예언으로 화를 피한 이식(청구야담 가람본 10-4)

택당이 승려를 만나 역리를 논하다(澤堂遇僧談易理)  택당(澤堂) 이식(李植, 1584~1647)은 젊어서부터 병이 많아 과업(科業)을 폐하고 오로지 병 조리하기를 일삼았다. 집이 지평(砥平) 백아곡(白鴉谷)에 있었는데 용문산(龍門山)이 가까운지라 일찍이 『주역(周易)』을 가지고 용문사(龍門寺)에 이접(移接, 옮겨 머묾)하여 역리(易理)를 깊이 연구하였다. 한 승려가 나무를 져 생계를 이었는데 해진 장삼 하나와 바리때 하나뿐이라 절 안의 여러 승려들이 사람 축에 끼워 주지 않았다. 공이 매양 밤이 깊도록 등불을 마주하여 부지런히 글을 읽으니 여러 승려들은 모두 자되 부목승(負木僧)은 홀로 남은 불빛을 빌려 짚신을 삼으며 자지 않았다. 어느 날 공이 문의(文義)를 궁구하기를 매우 고심하여 날이 새기에 이르렀..

국수로 불린 인간 (청구야담 가람본 10-3)

덕원령이 바둑으로 이름을 떨치다(德原令擅名棋局)  덕원령(德原令)은 바둑을 잘 두어 국수(國手, 한 나라를 대표할 정도의 바둑 최고수)로 이름이 자자하더니 어느 날 한 사람이 말을 뜰에 매고 문안하거늘 덕원령이 묻기를, “누구냐?” 하니 대답하여 말하기를, “소인은 향군(鄕軍)으로 상번(上番)하러 올라왔고 평생 바둑 두기를 좋아하였는데, 노야께서 국수라는 말씀을 듣고 한 판 대국하려 합니다.” 하였다. 덕원령이 흔연히 허락하거늘 그 사람이 마주 앉아 문득 말하기를, “대국에는 내기를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노야께서 지시면 석 달 양식을 대어 주시고, 소인이 지면 소인이 말에 벽(癖)이 있어 매어 둔 말이 준마이오니 드리기를 원합니다.” 하였다. 덕원령이 말하기를, “그리하라.” 하였다. 이미 승부를 겨루매..

올곧은 사람, 이후종 (청구야담 가람본 10-2)

이후종이 힘써 효의를 행하다(李後種力行孝義)  이후종(李後種)은 청주(淸州)의 수군(水軍)이라. 신의(信義)가 향리에 드러났는데, 동리에 사는 사인(士人, 선비)이 수사(水使)에게 편지하여 후종의 천역(賤役)을 면하게 해 주고자 하였다. 후종이 사인에게 뵙고 말하기를, “듣자오니 생원께서 수사께 간청하여 소인의 천역을 면하고자 하신다 하오니 과연 그러하십니까?” 하니 말하기를, “그러하다.” 후종이 말하기를, “옳지 않습니다. 나라의 군역을 소인 같은 젊고 힘센 자가 만일 모면한다면 어찌 군액(軍額, 군역을 부담할 인원)을 채우겠으며, 하물며 저는 소민(小民)이라 역이 없을 수 없으니 원컨대 그만두십시오.” 하고 육십이 넘도록 응역(應役, 군역에 응함)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숙부가 나이 늙고 처자..

은 나와라와라 뚝딱 마술 표주박 (청구야담 가람본 10-1)

남편을 고른 지혜로운 여종이 사람을 알아보다(擇夫婿慧婢識人)  옛날 한 참정(參政)이 훤당(萱堂, 어머니)을 모셔 봉양하려는 뜻이 간절하였으나 공무가 다단하고 사무가 한데 몰리는 일이 많아 늘 곁에서 모실 겨를이 없었다. 집안에 한 여종이 있었는데 나이가 삼오(三五, 열다섯)에 이르고 용색이 풍염하며 성품도 총명하고 지혜로워 대부인의 뜻을 잘 받들어 굶주림과 배부름, 추위와 더위의 마땅함을 따라 받들고 좌우로 움직이고 쉬는 때의 기미를 살펴 부축하였다. 대부인은 이로써 편안하고 참정은 이로써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며 집안사람들은 이로써 수고를 대신하게 하니 참정이 매우 사랑하여 상을 주는 일이 그치지 않았다. 이 여종은 행랑 밖에 따로 한 방을 두어 서화와 집물(書畫什物)을 매우 선명하게 갖추어 놓고..

협녀 가련 (청구야담 가람본 9-20)

종신을 의탁한 여협이 목숨을 버리다(托終身女俠捐生)  이 참판의 이름은 광덕(李匡德, 1690~1748)이요 별호는 관양(冠陽)이라. 일찍이 왕명을 받들어 북관(北關)에 암행할 때 종적을 감추고 갖은 고난을 겪어 수령의 장부(臧否, 잘잘못)를 염탐하며 백성의 폐막(弊瘼, 폐단과 고통)을 채득하더니 장차 함흥(咸興)에 이르러 자취를 드러내고자 하여 종자 몇 사람과 더불어 저물게 성내에 들어가니 온 성의 인민이 창황히 분주하여 말하기를, “수의(繡衣, 암행어사)가 장차 이른다.” 하거늘 이공이 의아하여 말하기를, “한 도를 두루 행하되 나를 아는 자가 없더니 이제 이렇듯 훤괄(喧聒, 떠들썩함)하니 혹 종인의 누설함인가?” 의심하고 도로 성 밖에 나와 모든 추종을 힐문하되 끝이 없는지라. 수일 후 다시 성내에..

소설책을 잘 읽던 이업복 (청구야담 가람본 9-19)

가인을 잃고 거듭 박복함을 한탄하다(失佳人數歎薄倖) 이업복(李業福)은 겸종(傔從)의 무리였다. 어려서부터 소설책을 잘 읽었는데, 그 소리가 혹 노래 같고 혹 원망하는 듯하며 혹 웃는 듯하고 혹 슬픈 듯하였다.혹 호방하여 걸사(傑士)의 형상을 짓고 혹 완미하여 미인의 자태를 짓기도 하니, 대개 그때 읽는 책의 장면을 따라 각각 그 능함을 보였다.당시 부호들은 모두 그를 불러 들었는데, 한 서리 부부가 그 재주를 몹시 좋아하여 업복을 먹여 기르고 대접하기를 친족처럼 하여 통가(通家)의 의를 허락하였다.서리에게 딸 하나가 있었는데 성품이 단정하고 유순하며 자색이 빼어나 천태만상으로 천고절염(千古絶艶)이었다.업복은 마음이 미혹되고 정신이 흔들려 능히 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매양 눈짓으로 뜻을 전하였으나 그 여자는..

곽향정기산 세 첩. (청구야담 가람본 9-18)

연운으로 처방한 이인(投良劑病有年運) 동현(銅峴)에 큰 약국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한 늙은 선비가 해진 옷과 짚신 차림으로 홀연히 들어와 한 모퉁이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날이 기울도록 가지 않았다.주인이 괴이하게 여겨 묻기를,“어느 곳 손님이신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하니 그 사람이 말하기를,“내가 어떤 객과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으므로 와서 지금 기다리고 있으니, 이 약국에 오래 머무는 것이 미안합니다.”하였다.주인이 말하기를,“무엇이 미안하겠습니까?”하였다.이윽고 주인이 저녁밥을 권하니 그 사람이 응하지 않고 곧바로 문밖으로 나가 밥집에서 밥을 사 먹고 다시 와 전처럼 앉아 있기를 여러 날이었으나 기다리던 손님은 보지 못하였다.주인이 의아하게 여겼으나 또한 박절하게 물리치지 못하였다. 문..

이 종이가 니 종이냐? (청구야담 가람본 9-17)

청주 수령이 꾀를 써 도둑을 잡다(淸州倅權術捕盜) 이지광(李趾光)은 선치하는 수령으로 이름이 자자하여 송사를 결단함이 귀신같았는데, 청주에 도임하자 한 중이 들어와 하소연하기를, “소승이 종이를 팔아 생업을 삼고 있었는데 오늘 장시에 백지 한 덩이를 지고 저자 곁에서 쉬다가 잠깐 짐을 벗어 놓고 소변을 보고 즉시 돌아보니 종이 짐이 간 곳을 알 수 없었습니다. 사방으로 찾았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으니 엎드려 빌건대 신명하신 수령께서 찾아 주십시오.” 하였다. 관가에서 말하기를, “네가 간수하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잃었으니 비록 찾아주고자 하나 장차 어느 곳에 가서 묻겠느냐? 번거롭게 하지 말고 물러가라.” 하였다. 이윽고 다른 일로 행차를 명하여 십 리 밖에 갔다가 저물녘 아종(衙從)들과 돌아올 때 길..

[사용기] RG DS를 정리한 이유(ft. RG DS Plus 공개)

나에게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콘솔이 무엇이냐고 한다면,닌텐도 DS라고 답할 수 있다.정확히는 NDSL(닌텐도 DS Lite) 어릴 때 가장 많이 가지고 놀았던 게임기이기도 하고,지금도 종종 DS 게임을 다시 찾아서 플레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엔버닉에서 듀얼 스크린을 달고 나온 RG DS를 공개했을 때부터이건 나오면 무조건 사야겠다고 생각했다.상하 동일한 크기의 기기라는 점에서그리고 가볍다는 점에서토르가 채워주지 못하는 DS 에뮬 플레이에서의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제품이 나오고 보니 조금 애매했다.DS를 돌리기 위한 기기인데 성능이 썩 좋지 않았고,초기 소프트웨어의 완성도 역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한동안 지켜보기만 하다가ROCKNIX..

테크/리뷰 2026.09.05

아내의 탈룰라 (청구야담 가람본 9-16)

관서백이 역마에 기생을 태워 보내다(關西伯馹騎馳妓) 양녕대군은 세종의 형님이다. 일찍이 말미를 받아 관서로 유람하러 갈 때 세종이 작별에 임하여 거듭 여색을 경계하니 대군이 공경히 사례하고 갔다. 임금이 관서 도신에게 명하여, “대군이 만일 가까이하는 기생이 있거든 즉시 역마에 태워 올려 보내라.” 하였다. 대군이 성교를 받들어 여러 고을에 엄히 명하여 기생들을 물리쳤다. 방백과 수령이 이미 임금의 명을 받았으므로 아름다운 기생을 구하여 온갖 방법으로 유혹하게 하였다. 대군이 정주에 이르니 청산녹수 사이에 대숲이 있고, 대숲 사이에 몇 칸의 정사가 있는데 한 미인이 소복 차림으로 어슴푸레한 가운데 있어 슬피 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니 사람의 간장이 녹을 듯하고, 반쯤 드러난 화용월태(花容月態)를 가까이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