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살아있는가》(9) 감동 없는 해석의 시대 — 예술을 연구한다는 것
예술은 감정의 산물이다. 그 기저에는 인간이 느끼고, 감당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감정이 있다. 하지만 예술을 연구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예술학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와 맥락을 본다. 기법, 시대성, 문맥, 수사적 장치, 의미망의 확장 가능성 같은 요소들을 분석해 작품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밝혀내려 한다. 그래서 예술 연구자는 감동을 느끼는 자가 아니라, 감동의 원인을 분석하는 자가 된다. 작품에 울컥해도, 그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연구가 되지 않는다. 눈물을 흘려도, 그 감정은 논문의 각주가 되지 못한다. 감동은 연구를 촉발할 수는 있어도, 결코 논증이 되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 AI의 등장은 강한 충격을 준다. 왜냐하면 AI는 감동 없이도 예술을 완벽히 해석..
2025. 6. 17.
《AI는 살아있는가》(8) 창작하는 기계 — 인간은 왜 여전히 시를 쓰는가
AI는 시를 쓴다. 실제로 요즘의 AI는 일정한 규칙을 학습한 후에, 인간보다 더 정교하고 감동적인 문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비유를 구사하고, 적절한 리듬을 만들고,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능력도 갖췄다. 더 놀라운 건, 인간이 쓴 글과 AI가 쓴 글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시를 쓸 이유는 이제 사라진 걸까? 그러나 인간이 시를 쓰는 이유는, 반드시 문장 구조나 창작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은 시를 잘 쓰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인간은 ‘살기 위해’ 시를 쓴다. 사랑을 견디기 위해, 상실을 이해하기 위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다루기 위해 우리는 언어를 꺼낸다. 그 언어는 문법이 아니라 체온이며, 기교가 아니라 고백이다. 시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
2025.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