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을 다하여 새벽마다 불상에 절하다(致精誠課曉拜佛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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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에 한 선비가 있었으니 성은 이씨였다. 강경 공부에 힘써 식년 초시를 치렀는데, 회시의 강경이 이듬해 봄에 있는지라 회시 강경을 위하여 친구 두세 명과 함께 책을 가지고 북한 중흥사에 갔다. 외지고 조용한 방을 골라 깨끗이 하고 들어가 뜻을 한결같이 하여 밤낮으로 공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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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매양 새벽에 머리를 빗고 목욕한 뒤 불당에 가서 불상을 향해 향을 피우고 두 번 절하며 묵묵히 빌었다. 모든 벗들이 날마다 놀리고 비웃었으나 이 사람은 들은 체하지 않고 정성을 부지런히 하였다. 비록 바람이 차고 눈이 쌓이며 하늘이 침침하고 비 오는 밤이라도 기도하기를 한 번도 그만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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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한 벗이 그를 속이고자 하여 먼저 불당에 가 몸을 부처의 뒤에 감추고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이 사람이 과연 와서 향을 피우고 기도하였다. 그가 비는 말에 이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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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소원이 오직 과거에 있으므로 정성을 다하여 묵묵히 빌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니, 엎드려 바라건대 영험하신 부처께서는 자비로운 마음을 내리시어 보시의 덕을 베풀어 저로 하여금 내년 봄 과거를 맞게 하시되, 일곱 대문을 미리 가르쳐 주시어 오로지 그것만 익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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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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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벗이 거짓으로 부처인 체하며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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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성이 한결같아 게으르지 않으니 매우 가상하다. 내년 봄 회시에 마땅히 나올 강장을 미리 일러주겠다. 『주역』의 아무 괘와 『서전』의 아무 편과 『시전』의 아무 장과 『논어』의 아무 대문과 『맹자』의 아무 장과 『중용』의 아무 장과 『대학』의 아무 장이 나올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마음을 오로지하여 익숙히 외우면 순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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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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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이 엎드려 공손히 듣기를 마치자 또 두 번 절하고 사례하며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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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께서 신령을 내리시어 이렇게 가르쳐 주시니 은택이 하늘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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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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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부터 다른 장을 읽지 않고 다만 가르쳐 준 일곱 대문만 읽어 밤낮으로 외우고 익혔다. 자신을 잊고 먹는 것도 그쳐 소주(小註)까지 모두 거꾸로 외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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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벗은 처음에는 비록 속이고 조롱하려고 이런 짓을 하였으나, 그가 참으로 부처의 가르침인 줄 알고 미혹되어 믿는 것이 이 지경에 이를 줄은 알지 못하였다. 도리어 자신으로 말미암아 낭패할까 염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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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속임에 빠진 모습과 어리석은 거동이 가히 우스울 만하였으나, 한편으로 안타깝게 여겨 이생에게 일러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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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비록 일곱 대문을 일렀으나 부처가 영험한지 영험하지 못한지는 알 수 없는 일이거늘, 그대는 다만 그 말을 믿어 일곱 대문만 읽으니, 만일 내년 봄 회시에 강장이 그 일곱 대문 밖에서 나오면 어찌 낭패가 아니겠는가? 그대는 어찌 미혹되어 믿음이 이토록 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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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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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이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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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이 이르는 바에 신명도 또한 감동하여 이처럼 미리 가르침이 있으니 어찌 영험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그대는 다시 말하지 말고 다만 내년 봄에 과거 치르는 일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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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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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벗이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여 실정을 털어놓아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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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기도가 미치고 어리석은 까닭에 내가 한때 희롱하고자 하여 몸을 부처 뒤에 감추고 부처의 말을 빙자하여 일곱 대문을 일러준 것이지 부처의 말은 아니거늘, 그대가 이처럼 심히 믿고 마음을 돌리지 않으니 어찌 그리 어리석으며 어찌 그리 미혹되었는가? 내가 진실로 뉘우친다. 그대는 칠서를 모두 외워 두었다가 강경에 임하여 낭패가 없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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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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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이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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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 나의 한결같은 정성은 천지도 함께 감동하는 바이고 신명도 한가지로 살피는 바이다. 천지와 신명이 회시에 나올 대문을 미리 가르쳐 나로 하여금 익히게 하시니, 어찌 능히 몸소 나타나 가르쳐 주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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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대로 하여금 대신하여 일러주게 한 것이니, 이는 시동(尸童)의 신이 전하는 것과 축관이 뜻을 고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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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말미암아 논하자면 그대가 비록 희롱하는 짓을 하였으나, 그것은 그대가 스스로 한 바가 아니요 하늘이 실로 부린 것이며 신명이 실로 명한 것이니, 그대의 말은 곧 하늘과 신명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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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온갖 희롱과 여러 조롱이 사방에서 이르더라도 만 번이라도 마음을 돌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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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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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이생은 문을 닫고 손님을 보지 않고 홀로 앉아 마음으로 외우며 입으로 읽기를 가만히 일곱 대문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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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봄 회시에 이생이 강석에 들어가 앉으니 이윽고 강지(講紙)가 장 안으로 나왔다. 급히 보니 이는 곧 지난겨울 강습하던 일곱 대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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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기뻐하여 다시 생각할 것도 없이 즉시 큰 소리로 외워 읽었다. 음석과 압주까지 한 글자조차 틀림이 없어, 그 형세가 마치 가벼운 수레를 큰길에 몰고 준마를 평탄한 길에 달리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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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관이 크게 칭찬하고 각각 통(通)의 표를 내니 순통으로 과연 급제하니라.
불성은 어디에나 있고, 부처 역시 어디에나 깃들어 있다
는 불교 진리를 말하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
특히,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를 통해 불교의 영험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재밌는 지점.
그리고 과거 시험에 대한 선비들의 간절함 역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밌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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