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에서 광해군, 인조반정과 관련한 논문을 쓰고 싶어서, 이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 그 당시 시대를 파악하기 위해 이런저런 독서를 하였다. 그리고 어느덧 3권 정도를 읽으니 시대에 대한 감은 잡혀서 이렇게 메모를 남긴다.
광해군 | 한명기 - 교보문고
광해군 | 역사의 거울 앞에 선 불행한 군주 광해군과 그의 시대로부터 격동하는 세계 속 기미와 자강의 지혜를 배우다 광해군이 왕위에 있던 17세기 초반은 외세의 영향력과 우리 내부의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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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은 광해군 연구자가 쓴 광해군 평전으로, 광해군과 관련하여 간단히 배경 지식, 지식 틀을 구성하고 싶다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지점은 인조 세력의 광해군 지우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도 광해군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순을 보였다는 점과 함께 광해군이 외교와 첩보전에 있어서는 인식이 날카로웠다는 점이다. 광해군이 외교와 내정 중 내정에 조금 더 실력이, 카리스마가, 언술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광해군 때 신권과 왕권의 대립, 그리고 당파 간 대립을 보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당파를 나눠 싸운다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싸우는 것이 아닌 담론과 토론 가운데 생산적인 견제가 들어갔을 때 발전하는 것인데, 치고 박고 싸우는 것에서 저쪽을 죽이고 내가 올라서는 것에서 그치고 만족하는 듯한 태도가 여야 물론하고 반복되는 것이 불안하다.
이 책과 관련하여 나란히 읽으면 좋은 책은, 함규진의 『왕의 투쟁』, 계승범의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로 여기서도 광해군의 면모를 겹쳐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을 듯하다. 독서 순서는 광해군 → 왕의 투쟁 →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로, 넓게 광해군에 대한 틀을 잡고 왕과 신권의 관계 및 투쟁에 대한 감을 익힌 뒤(내정), 외교 정치에 있어서는 어떠한 행보를 보였는지 상세히 분석한 책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왕의 투쟁 | 함규진 - 교보문고
왕의 투쟁 | 조선의 왕 4인의 정치투쟁을 조명하다 〈왕의 투쟁〉은 권력의 정점에서 사투를 벌인 조선 왕들의 정치투쟁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500년에 걸친 조선 왕들의 투쟁사를 세종, 연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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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투쟁』의 경우 세종, 연산군, 광해, 정조가 신권과 어떻게 투쟁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배우게 된 것은 조선의 왕권이 신권에 대항해 끝없이 투쟁하였으며, 그 방식의 실패 혹은 부작용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 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에서는 네 왕의 시기에 어떻게 임금이 신하들로부터 왕권을 얻어내기 위해 행동하였으며, 어떻게 실패하였는지를 꼼꼼하게, 정치 지형도를 살펴가며, 그리고 추론을 섞어가며 제시한다. 2부에서는 특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통계적으로 모아서 제시하였다. 이 네 왕에 대해 배경 지식을 얻고 싶다면 추천하지만, 역사적인 고증을 따져보는 사람에게는 많이 걸리는 지점이 많을 책일 듯하다.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 | 계승범 - 교보문고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 | 전근대와 근현대를 넘나드는 한국사 코드, 해외파병해외파병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역사를 다룬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 이 책은 1392년부터 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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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는 대중서라기보다는 학술서에 가깝다는 점에서 어려울 수 있지만, 글이 구성이 뚜렷하고 어렵게 쓰지 않아서 핵심을 파악하기 용이하다. 조선시대에 있어서 외부의 세력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중화 주의에 대한 시선이 어떠하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 당시 가장 뜨거운 감자로 실익과 명분 사이에서 저울질 할 수밖에 없었던 주제였던 해외파병을 중심으로 조선시대를 다루고 있다. 그리하여 앞선 책에서 부족했던 꼼꼼한 증거 자료, 논증들을 보충하여 살펴볼 수 있으며, 이 자체로도 꽤나 흥미롭고 배울 지점이 많기 때문에 추천한다.
이렇게 책을 다 읽고 나니 인조 반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명분이 뚜렷한 쿠데타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광해군에 대한 시선도 사람마다, 책마다 매우 상반될 것이다. 이러한 시선들이 야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궁금하다. 또, 왕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점에서 인조가 그렇게 강한 왕권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인데, 인조는 야담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애초에 야담에서 왕이 갖는 이미지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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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책 한 권을 더 읽었다. 여기서는 광해의 부정적 측면에 집중하고 있기에 균형 감각을 기르기에 용이하여 추천한다.
광해군 | 오항녕 - 교보문고
광해군 | 광해군 15년, ‘잃어버린 시간’을 되짚어보다!광해군에 대한 21세기의 반정을 담은 역사서『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광해군은 조선 시대 내내 ‘판단이 흐린 임금’이라 불리며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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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모살제를 둘러싼 광해의 모습, 대동법 시행에 있어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 광해, 경연보다는 친국을 더 좋아하고, 신하들보다는 내궁의 인원들을 더 좋아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조정 재정에 결정타를 날린 토목 공사로의 집착 등을 통해 광해의 부정적 면모를 이끌어내고 있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이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거부감도 조금 들었다. 일제의 관점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시대순 배열이 아니다 보니 머릿속에 쏙 들어오는 느낌은 없이 둘쑥날숙하는 느낌도 있었다. 추가적으로 선조가 자초한 일이자, 왕권 앞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싶은 부분(폐모살제)에 있어서 엄격한 도덕적 평가를 내리는 것도 합당한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앞의 책(특히, 광해군 평전)이 너무 광해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만 보인다는 점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