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를 알아맞힌 신 주촌이 음성을 알아보다(識死期申舟村知音)
신만(申曼, 1620~1669)의 자는 만천(曼倩)이니 의술이 신명하여 병자를 한 번 보면 그 생사를 알았다.

세시를 맞아 그 고모에게 세배하러 갔는데 고모는 이부제학 이지항(李之恒, 1605~1654)의 부인이었다.
마침 이씨 집안의 한 사람이 세배하러 와 부인은 문을 향하여 앉고 손님은 대청 위에 앉아 있었다.
만천이 방 안에서 손님이 그 고모와 수작하는 소리를 듣고 방 안에서 소리를 높여 말하기를,
“손님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나 금년 사월에 마땅히 죽을 것이다.”
하였다.
그 고모가 설날 아침의 불길한 말을 민망히 여겨 꾸짖어 말하기를,
“이 아이가 미쳤느냐?”
하고 손님을 위로하여 말하니 손님은 그의 성명을 알고 있었으므로 다만 억지로 웃으며 말하기를,
“이이가 신 생원인가?”
하고 마침내 하직하고 갔다.
부제학의 손자 이진이 이때 나이 열 살이었다. 물어 말하기를,
“아까 신 숙부의 말씀이 이상하니 어찌 약을 처방하여 살리지 않으십니까?”
만천이 웃으며 말하기를,
“이 아이가 기특하구나.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구나.”
하고 마침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가져오라 하니 마침 집에 없었다.
이공은 나이가 어려 다른 데서 빌려 오지 못하고 당황하여 다시 그 일을 꺼내지 못하였는데 그해 사월에 그 사람이 과연 죽었다.
이공이 그 뒤 신 생원에게 전날 말한 바를 물으니 대답하기를,
“그 사람의 산증(疝症)이 이미 음성에 나타났으므로 그 시일을 헤아리니 마땅히 사월이 되면 산증이 거슬러 올라 머리에 이르러 반드시 죽을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연히 말한 것이다.”
하였다.
이공이 일찍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신의(神醫)를 만나 생도(生道)를 묻지 않았으니 그가 죽은 것이 마땅하다.”
하였다.
산증(疝症)은 고환이 붓는 병이라고 한다.
이것이 목소리로 드러나는 증상을 알고 있을 정도로
해당 인물은 의술과 환자의 증상 데이터에 바싹한 인물이었음을 이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동의보감이 언급되고 있구나.
'학문 > 가람본 청구야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관을 통해 범인을 잡은 개 (청구야담 가람본 9-15) (1) | 2026.09.05 |
|---|---|
| 사대부와 민간 신앙의 대결 (청구야담 가람본 9-14) (0) | 2026.09.04 |
| 조선시대 성공신화 이야기 (청구야담 가람본 9-12) (0) | 2026.09.03 |
| 모욕? 오히려 좋아 (청구야담 가람본 9-11) (0) | 2026.09.03 |
| 아내의 배신으로 이인이 된 문유채(청구야담 가람본 9-10) (1) | 2026.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