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가람본 청구야담

이 종이가 니 종이냐? (청구야담 가람본 9-17)

주인 미상 2026. 9. 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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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수령이 꾀를 써 도둑을 잡다(淸州倅權術捕盜)

 



이지광(李趾光)은 선치하는 수령으로 이름이 자자하여 송사를 결단함이 귀신같았는데, 청주에 도임하자 한 중이 들어와 하소연하기를,

“소승이 종이를 팔아 생업을 삼고 있었는데 오늘 장시에 백지 한 덩이를 지고 저자 곁에서 쉬다가 잠깐 짐을 벗어 놓고 소변을 보고 즉시 돌아보니 종이 짐이 간 곳을 알 수 없었습니다.

사방으로 찾았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으니 엎드려 빌건대 신명하신 수령께서 찾아 주십시오.”

하였다.

관가에서 말하기를,

“네가 간수하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잃었으니 비록 찾아주고자 하나 장차 어느 곳에 가서 묻겠느냐? 번거롭게 하지 말고 물러가라.”

하였다.

이윽고 다른 일로 행차를 명하여 십 리 밖에 갔다가 저물녘 아종(衙從)들과 돌아올 때 길가의 장승을 보고 말하기를,

“이는 어떠한 것이기에 관행 앞에 감히 버젓이 서 있느냐?”

하인이 말하기를,

“이는 사람이 아니라 장승입니다.”

관가에서 말하기를,

“비록 장승이나 매우 거만하니 잡아다가 밖에 구류하였다가 내일 대령하라. 또한 밤에 도망할 염려가 있으니 삼반 관속이 모두 수직하라.”

하였다.

관속들이 비록 응낙하였으나 서로 얼굴을 돌아보며 몰래 웃고 한 사람도 지키는 자가 없었다.

관가에서 짐짓 그러한 줄 알고 밤이 깊은 뒤 영리한 통인(通引)에게 분부하여 장승을 다른 곳으로 옮겨 두었다.

이튿날 새벽에 나졸에게 호령하여 장승을 잡아들이라 하니 나졸들이 급히 그곳에 가 보았으나 간 곳이 없었다.

비로소 황겁하여 근처를 두루 찾았으나 관가의 호령이 급하므로 달리 변명할 길이 없어 장승을 잃어버린 연유를 아뢰고 대죄하였다.

관가에서 거짓으로 노기를 발하여 말하기를,

“너희가 관속이 되어 관령을 따르지 않고 수직을 잘못하여 마침내 잃어버렸으니 벌이 없을 수 없다.

수리(首吏) 이하로 벌지(罰紙) 한 속씩 즉시 대령하되, 만일 어기는 자가 있으면 곧 매 열 대로 대신하리라.”

하였다.



삼반 하인들이 일시에 백지를 들여 관정(官庭)에 쌓아 놓자 즉시 전날 하소연하던 중을 불러 잃은 종이를 이 가운데서 찾아가라 하였다.

중의 종이는 본래 표를 해 둔 것이었다. 그 표를 보고 손으로 뒤져 내니 한 덩이에 꼭 들어맞았다.

관가에서 말하기를,

“이미 종이를 찾았으니 물러가고 이후에는 조심하여 간수하라.”

하니 중이 거듭 절하며 사례하고 나갔다.

관가에서 그 종이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조사하니 장시의 한 무뢰배가 훔친 것이었다.

제 집에 쌓아 두었다가 관가에서 벌지를 독촉하여 바치게 할 때 종이 값이 오를 줄 알고 내다 팔았던 것이었다.

이에 그자를 잡아들여 그 죄를 다스리고 그 값을 물려 종이를 사 온 관속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종이는 바친 여러 사람에게 각각 찾아가게 하니 이에 온 고을이 그 신명함에 탄복하였다.

 


 

흥미를 잘 이끌어내게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

 

처음에는 주인공이 얼마나 문제 해결에 훌륭한 인물임을 서술하고선

 

보이는 행동은 백성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인물처럼 그려낸다.

 

거기다가 술이나 먹고 취해서 장승이나 체포하라고 하는 꼬장꼬장한 인물까지 만드는데

 

알고 보니 이것은 종이를 한 번에 얻어내 진범을 잡을 수 있게 한 계책이었음을

 

뒤에서 밝히는 이야기.

 

반전과 반전을 잘 구성하고 있어서 재밌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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